조상범 색소폰클럽

조상범 개인 글쓰기방입니다^^


 포도주도 3개월은 되어야 숙성되는데...

2009-10-08 22:02:40 

 조상범   

Hit : 2493 
포도주를 만들고 싶어하는 두 사람이 있다.
그들은 포도를 깨끗이 씻어서 설탕 등과 함께 술병에 넣어두고
잘 보이는 장식장에 넣어두곤 달콤한 맛의 그날을 고대한다.
보통 포도주는 3개월 정도 지나면 발효가 된다고 한다.

에구~ 성질 급한 김씨는 참지를 못한다.
담궈둔 지 일 주일쯤 지났을까.
술병을 끄집어내어 홀짝 한 모금 마셔본다.
아직 포도주 맛은 없어도 무언가 마신 듯한 기분에 몽해진다.
다음 날도 참지를 못한다. 또 한 모음... 캬, 그래도 맛이 조금 들었네.
다음 날도 조금 더 마신다. 살짝 기분도 좋아진다.
세 달이 지나기 전에 김씨의 술병은 동이 났다.
제대로 숙성되기도 전에 다 마셔버린 것이다.
그나마 조금씩 기쁨을 주던 술맛도 이젠 전혀 찾을 수 없게 되었다.

그런데 술맛을 제대로 느끼고자 하는 이씨가 있다.
그는 3개월 정도면 최소한의 포도주 진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 믿고
매일 휘저어주면서 일주일을 보낸다.
그리곤 적절하게 배운 방법대로 발효를 시킨다.
꿀꺽 구미가 당기지만 더 멋진 맛을 보기 위해 발효 후 3개월 더 인내하며 기다린다.
이렇게 숙성된 포도주는 그동안 잘도 참았던 이씨의 입맛을 채워주기에 충분했다.
조금은 서툰 방법이어도 이씨는 기분좋게 포도주를 마시며 3개월 인내가 가져다 주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었다.

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

나는 색소폰을 전문적이 아니라 취미로 배우는 이들에게 최소한 3개월 정도만이라도 기초에 충실하라고 일러준다.
그 기초란, 소리내는 법(앙부슈어와 호흡)과 운지법(손가락과 자세) 등으로 간단하지만  사실 이것만도 제대로 숙달되기엔 수 년도 부족하다.

그런데 김씨같은 분들이 가끔 있다.
3개월도 못 견딘다. 도레미파...만 알면 연주부터 하려고 들이댄다. 아, 내가 이렇게 노래를 색소폰으로 연주할 수 있구나 하며 어쩔 줄 모르는 희열에 쌓여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기뻐한다. 마치 발효도 되지 않은 소주를 포도주인양 마시는 경우처럼...
순간의 기쁨을 맛보기 시작하면 참다운 맛을 보기란 불가능해진다.

다행히 이씨같은 분들도 있다.
알려주는 방법대로만 열심히, 어떤 때는 무척 지루하기도 할텐데도 잘 참으며 충실한 연습을 한다. 옆에서 연주하다고 폼잡은 동료가 있어도 유혹되지 않고 기초연습만 죽으라 한다. 손가락이 아프고, 입술이 터지고....
3개월 정도가 지나면 그는 어느 정도 가장 기본적인 연주를 할 수 있는 소리를 갖게 된다. 손가락도 제법 빨리 제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된다. 잘 참아온 기간에 대한 보상이다.
어느 곡을 던져주면 입과 손이 제법 멋진 연주를 할 수 있게 준비되어 있다.

물론 색소폰에 있어서 기초과정이 3개월이란 턱없이 부족한 기간이지만, 그래도 포도주 진맛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기간이다.

매일 제대로이지 않은 맛 보는 재미로 참맛을 보지도 못한 채 갈길을 잃는 사람이 되지 말자.
조금은 힘들어도 최소한 3개월은 맛 볼 수 있는 자격을 갖추는 기간으로 삼고, 인내하는 사람이 되자.^^  
 전은석   2009-10-18 23:48:38    
잘 읽고 느끼고 갑니다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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